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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스토리

꽃담과 꽃창살을 만든 마음

 

아름답다는 것의 정의는 무엇이고 우리는 어느 것에서 아름다움을 느끼는 것일까? 그리고 아름다움을 느끼는 마음은 어디에서 나올까? 늘 보아오던 자연에서 우리는 일차적인 아름다움을 느끼고, 다른 사물을 그것에 비유해서 비슷하거나 같은 감정을 느끼게 될 때 우리는 또 다른 아름다움을 생각하게 된다. 그러니까 마음 속의 아름다움의 기준은 대자연에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의 산과 물은 우리의 마음에 아름다움의 의미를 완벽하게 심어 주었다. 우리나라 모든 인위적인 아름다움의 근원은 그래서 우리의 자연이다. 그 자연 중에서 꽃이라는 소재는 바라보는 즐거움과 그윽히 풍기는 향기로 아름다움의 극치를 보인다. 아무리 작고 하찮은 꽃이라 하더라도 그 아름다움은 다른 무엇에 비길 수 없다.

우리는 대대로 지극히 자연스런 소재로 집을 지어 왔다. 뒷동산의 나무로 기둥과 서까래를 삼고 발 아래의 흙으로 벽을 쳤다. 그 속에 들어가 살다 보니 마음도 자연과 하나가 되어 푸근해진다. 이 푸근한 마음을 억누를 길 없어 담장에 담았다. 소박한 마음으로 수복과 강녕을 새기기도 했고, 꽃을 형상화 시켜서 표현하기도 했다. 돌로 기초를 놓고 흙과 기왓장을 섞어 한 켜 한 켜 다지며 아름다운 마음을 그렸다. 바라보는 모든 사람의 마음도 따라서 푸근해진다. 꽃도 그리고, 하늘의 별도 그리고, 원이나 삼각형 등 기하학적인 무늬도 그렸다. 이 모두를 조상들은 꽃담이라고 했다. 담장이나 벽, 합각 등 허전한 공간에다 자신의 마음을 표현한 것이다. 집 짓는 공역의 힘겨움 속에서 그 순간보다 자유롭고 신명나는 일이 또 있을까? 창작의 즐거움과 타인에게 보여주고 싶은 자신의 푸근한 마음은 생각만 해도 신나는 일이다. 그러니 우리의 꽃담들에서 눈을 씻고 찾아도 욕심은 보이지 않는다. 흙이라는 캔버스에다 고개를 갸웃거리며, 돌과 흙과 기왓장을 바로 놓았다가 뒤집어 놓았다가 했을 그 마음을 어디에서 다시 만날까. 우리네 흙담에서는 흙 냄새가 나는 것이 아니고 꽃 향기가 풀풀 나고 있다.


꽃담이 질박한 아름다움을 우리에게 느끼게 한다면 꽃무늬 창살은 화려한 아름다움을 맛보게 해준다. 거친 육송을 다듬어 연속의 꽃무늬를 조각해낸 것은 신기(神技)라고 표현할 수 밖에 없다. 서로 끼워 맞추어 구조적인 안정을 확보하면서 무늬들이 조화를 이루게 하고, 빛의 투영성까지 계산해내야 하는 까다로운 작업을 그들은 어떤 마음으로 했을까. 오래 된 절의 문짝에서 빛바랜 꽃창살을 바라보면 이제까지 느껴온 아름다움의 정의는 가치가 없어진다. 더구나 볕 좋은 날 법당 안에서 꽃창살을 통해 쏟아져 들어오는 꽃무늬들은 그 향기로 인해 어질어질해질 것만 같다. 그러니 법당 가운데 앉아 있는 부처님의 눈은 얼마나 즐거울 것인가. 부처님을 위한 불국토를 조성해 놓고, 그 속에서 사람들은 조금만 공유해도 좋겠다는 소박한 마음과 겸손한 생각이, 아름다운 창살을 만들어냈다.